Search Results for '독서/일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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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POSTS

  1. 2007/06/21 요시다 슈이치 - 첫사랑 온천 by 달크로즈 (4)
  2. 2005/12/10 로알드 달 - 맛, 세계 챔피언 by 달크로즈 (2)
  3. 2005/09/25 요시다 슈이치 - 7월 24일 거리 by 달크로즈 (5)
  4. 2005/09/07 앤 브래셰어즈 - 청바지 돌려입기 by 달크로즈
  5. 2005/04/0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by 달크로즈 (9)
  6. 2005/03/30 샨 사 - 천안문 by 달크로즈 (2)
  7. 2005/03/19 이치카와 다쿠지 - 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달크로즈 (10)
  8. 2004/12/27 오가와 요코 - 박사가 사랑한 수식 by 달크로즈 (5)
  9. 2004/11/11 카타야마 쿄이치 -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by 달크로즈 (1)
  10. 2004/10/27 마이클 크라이튼 - 먹이(PREY) by 달크로즈 (5)
  11. 2004/10/01 요시다 슈이치 - 동경만경 by 달크로즈 (3)
  12. 2004/08/13 이와이 슈운지 - 월리스의 인어 by 달크로즈
  13. 2004/08/01 이시다 이라 - 4teen by 달크로즈 (3)
  14. 2004/06/08 아사다 지로 - 안녕 내 소중한 사람 by 달크로즈 (2)
  15. 2004/05/21 카타야마 쿄이치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by 달크로즈 (9)
  16. 2004/04/29 가네시로 카즈키 - 연애소설 by 달크로즈 (2)
  17. 2004/04/13 가네시로 카즈키 - 플라이, 대디, 플라이 by 달크로즈 (7)
  18. 2004/03/22 와타야 리사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인스톨 by 달크로즈 (5)
  19. 2004/03/21 요시다 슈이치 - 열대어 , 파크라이프 by 달크로즈 (2)

요시다 슈이치 - 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 첫사랑 온천

 '퍼레이드' 이후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발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했고, 항상 구입한 그날 다 읽어버렸다. 다른 어떤 환경에도 방해받지 않고 책에만 집중을 해서 하루에 읽어버리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작 중에 하나인 '나가사키'는 아직도 읽지 않고 있고. '첫사랑 온천'은 구입한지 한달이 넘도록 읽지 않고 있었다. '거짓말과 거짓말'과 '캐러멜 팝콘'에서 조금 실망한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어쩌면 단지 그의 글에 좀 질렸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책을 많이 읽으리라 결심한 이번주. 결국 그의 책을 다시 손에 잡았다.


 요시다 슈이치를 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쓸쓸함'이다. '열대어'에 실려있는 저자 인터뷰의 내용처럼 우리가 바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이토록 괴로워 하는 것은 마음속에 '쓸쓸함의 원형'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겉으로는 멀쩡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외로움에 어느 순간 무너지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찌보면 현대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면 그 쓸쓸함에 가끔은 가슴이 답답하다.
 하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이 가슴이 답답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력 있는 일상의 묘사-이건 정말 이 작가 최고의 무기다-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작가 특유의 위트 덕분에 읽으면서 킥킥 웃으면서 읽은 적도 많다. 내가 '퍼레이드'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도 '파크 라이프'에서 마음을 굳히게 된 것도 그 덕분인 듯 싶으니.


 '첫사랑 온천'은 내가 좋아하는 요시다 슈이치의 이런 측면이 매우 강하게 발휘된 작품이다. 가슴 속 쓸쓸함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사랑의 한장면을 온천이라는 특수한 풍경속에 묘사해냈다. 일본 전국의 다섯개의 온천을 배경으로 한 다섯가지 짧은 이야기를 모은 구성으로, 다섯개의 단편들 중 어느 것은 제법 쓸쓸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꽤나 경쾌하며, 낯뜨겁게 간지럽기도 하지만, 주인공도 배경도 다른 모든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누구에게나 적용 시켜볼 수 있는 '남녀의 사랑이야기'.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7월 24일 거리'와 같은 요시다 슈이치식 연애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두 연애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7월 24일 거리'에서의 화자는 여자이고, '첫사랑 온천'은 3인칭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시점이 실질적으로 남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이야기 '첫사랑 온천'은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이 남부럽지 않게 살고있지만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려다 그 행복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는 흔하면서도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맨처음이어서 그런지 이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아직 조금 심드렁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경이 되는 온천의 비중이 다섯 이야기 중에 가장 낮다.

 두번째 이야기인 '흰 눈 온천'은 여기 실린 이야기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수다스러우면서도 공감이 가는 두 사람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갔고, 첫장면에서 등장하는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한 설국의 모티브를 끝까지 잘 살려냈다. 아마 따로 단편으로 발표해도 괜찮을만 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좋았다. 요시다 슈이치 답지않게 살가운 부분도 있었고.

 새번째 '망설임의 온천'까지 읽자 맨처음에 '첫사랑 온천'을 배치한 것은 의도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 마지막의 역자 후기에도 '역순배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의 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약한 남자. 아내에게도 새 애인에게도 미안해하면서도 결국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은 가장 요시다 슈이치 다운 단편이다. 강한 척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남자 주인공부터, 여행에서의 우연한 만남. 그리고 '퍼레이드'의 반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지막 부분까지도. 숲속에 위치한 온천의 풍경이 정말 놀랍도록 자세히 묘사되어있다.

 마지막 이야기 '순정 온천'은 요시다 슈이치가 이런쪽으로도 재능이 있었던가 하고 놀랐을 정도로 10대들의 연애담을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려서 표현하고 있다. 제목처럼 정말 주인공들의 사랑은 '순정'이다. 그 순간만큼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소설에서 '온천'은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풍경과는 다른, 조금 특별한 장소이다. 이 작품에서 기존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살가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비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나스의 온천에서 주인공 쿄스케가 절실히 느낀 것처럼, 특별한 장소로 떠난다고 해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소가 아무리 특별하더라도 그 장소에 있는 '나'는 결국 일상적인 풍경 속의 나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이 소설도 그 느낌이나 분위기는 조금 다를지언정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임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우리가 하루하루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ps.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온천'에 대한 애정이 전해져왔다. 요즘 온천은 고사하고 따뜻한 탕속에 몸을 담궈 본 것도 정말 까마득히 오래되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역 앞 편의점으로 고기만두를 사러 가다가 쓰지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조연 부부라는 거 좀 심하지 않나?"
 저녁 식사 때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말이 서서히 가슴에 와 박혔던 모양이다.

 "정말 그렇지. 도대체 조연 부부가 뭐야?"
 "내가 그렇게 잘 떠드나?"

 쓰지노가 눈치를 보며 묻자, 와카나도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다.
 "뭐, 말이 없는 타입은 아니지."

 "그런가?"
 "그래. 맞아, 야나기사와와 비교하면 말이야……."
 "야, 그 녀석은 나와 정반대잖아. 그런 녀석과 비교하는 건 심하다."

 "하지만 보통 그쪽을 더 남자답다고 생각하잖아?"
 "그런 녀석이 표준이면 이 세상이 너무 조용하게. 네가 야나기사와를 예로 들었으니까 난 그 녀석 여자 친구와 너를 비교해 볼까?"
 "그건 반칙이야. 그 여자는 좀 지나치게 얌전한 스타일이라고."

 "그렇지. 그 커플은 너무 조용하지? 그렇게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까?"
 "잘돼 가는 거 보니까 재미있나 봐."
 "그렇게 서로 잠자코 있는데?"
 "둘이서만 있을 때는 말하겠지."

 "우리처럼?"
 "뭐, 그렇게까지 떠들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둘은 마주 봤다. 아마 같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걸 말해야 하나, 하는 망설임이 와카나의 얼굴에 드러났다.

 "……그럼, 우리가 조연 커플이면 걔들이 주연 커플?"

 먼저 입을 연 것은 쓰지노였지만 와카나도 솔직히 그냥 인정한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
 "아무래도 이해할 순 없지만……, 그렇지."

 "뭐, 상관없잖아?"
 "뭐가 상관없어. 너는 포기가 너무 빨라."

 "그래? 그래도 말이야, 우리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 예민하지 않아? 있잖아, 기본적으로 주인공들은 둔감한 사람들이잖아."

 "그런가?"

 "그럼. 둔감하니까 사건에 휘말리지. 또 불륜을 저지르거나 당하거나 하고. 그러니까 우리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옆에서 사정을 얘기해 줘야 하는 거라고."

 자신만만한 설명에, 쓰지노는 엉겁결에 "정말 그렇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흰 눈 온천」 중에서.


TNC 2주년 기념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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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7/06/21 18:12 2007/06/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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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 맛, 세계 챔피언

윤예지씨의 표지 일러스트가 재미있다.


시험도 드디어 '시작'되었고 하니, 그동안 쟁여뒀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죠. (...)
최근에 읽은 로알드 달의 단편집 두 권입니다. '맛'과 '세계 챔피언'.

'맛'의 초판 1쇄가 나온 날은 5월 30일이고 제가 구입한 4쇄의 출간일이 8월 11일입니다. 3달만에 4쇄라.. 인쇄규모의 문제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로 인한 로알드 달 붐 효과를 봤다고 봐야겠지요. 저 역시 영화 소식을 듣고 나서 관심을 가지던 책이었으니까요. 처음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다시 읽고 싶었지만 최근 나온 책들중에서는 Joseph Schindelman 의 삽화가 들어간 것이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헌책방에서 메르헨 전집을 뒤지자니 그것도 에러인 것 같고.. 하여 패스. 그렇게 살펴보던 중에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로알드 달의 단편이라니, 왠지 제목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후후.

그런데 막상 '맛'을 접해보니 기대보다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특유의 분위기는 인정하지만, 반전을 너무 의식한 듯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중간에 약간 김이 새는 에피소드도 있었고.. 하지만 단편집이란 점을 감안해볼때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결말이 뻔하든 어떻든 간에 눈을 떼지 않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것은 분명 작가의 필력일테니까요.
'맛'에 실려있는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피부' 였습니다.

'맛'을 다 읽어갈 무렵에 서점 신간코너에서 발견한 것이 '세계 챔피언'이었습니다. 전체적인 분량은 비슷하지만 세계 챔피언쪽이 조금 더 호흡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클로드의 개' 연작 단편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괴짜 클로드와 일반인(?) 잭슨의 이야기. 이게 상당히 재미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으로 '맛'보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이야기를 꼽아보면 '피지 씨'와 '달리는 폭슬리' 쪽.

로알드 달식 단편의 매력은 이야기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기발한 상상력에 기반한 독특한 소재와 그것을 표현해내는 '입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단편에서처럼 튼튼하고 완결되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지만, 신선하면서도 가볍게 읽기에 좋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 그런 느낌. 기발하다못해 어딘지 괴기스러운 느낌을 주는 소재의 참신성은 문체는 전혀 다르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연상케 했습니다. 특히 '세계 챔피언'의 마지막에 실려있는 '윌리엄과 메리' 같은 이야기는..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나무에서 읽었던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라 혼났습니다. 독특한 건 좋은데, 징그러운 건 좀..

구입을 권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볍게 읽기엔 좋은 책입니다.
단편집이라 부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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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12/10 00:01 2005/1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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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 7월 24일 거리

간만에 좋았던..


저는 전작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국내에 출간된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다 읽어보았고, 그중에 '파크라이프'를 제외하곤 전부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는 '일요일들'과 '워터'가 있겠는데.. 감상은 커녕 샀다는글도 올리지 못했군요.

그러다, 몇일 전에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7월 24일 거리'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언제나처럼 교보문고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곧바로 구입. '워터'보다는 양호하지만 장편치곤 약간 얇은 편인데, 부족한 볼륨을 예쁜 장정으로 커버하려고 한건지 겉/속커버의 재질과 디자인이 조금 독특하게 나왔네요. 뭐, 비싼가격은 어쩔 수 없을테니 장정이라도 이쁜 편이 낫겠지요.

이번 책은, 그러니까 '연애소설'입니다.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색'이 어울릴 듯한 인기없는 한 아가씨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새롭게 사랑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마무리되는 이야기. 여기서 특기할만한 점은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중에서 여자가 화자였던 경우는 아마 없었던 것 같은데,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더군요. 저는 여자가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전까지 남자가 화자였던 경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기는 하더군요. 저도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편이라서 그런지 남녀를 떠나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구요. :)

초반부에 머릿속으로 일본 한 지방의 작은 마을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지명을 붙여서 생각하는 주인공도 흥미로웠고, 절정부분에서 10개의 각 장(章)에 붙여진 이름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선 요시다 슈이치만의 독특한 구성력에 감탄했습니다.

사실 '워터'에 들어있는 '최후의 아들' 같은 경우는 읽고나면 약간 부담이 가는 스타일인데.. '7월 24일 거리'는 그런 것 없이 편하게, 부담없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간만에 읽고나서 기분좋은 상태가 한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ps. 본문 중에 소개되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포르투갈의 바다'란 책은 국내엔 소개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7월 24일 거리네요."
 "응?"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돌린다.
 "그 거리를 난, 그렇게 불러요."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웃었다.
 "7월 24일?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나, 이 도시를 리스본하고 겹쳐놓고 혼자서 놀아요."
 "리스본?"
 "네, 리스본. 페소아가 살았던 도시."
 "그럼 이 아래 길은?"
 "여기는 폰테스 페레이라 데 메로 대로."
 "폰테…… 발음이 안되네, 혀가 꼬인다."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 이름을 반복한다.
 "저 말이죠, 그렇게 이 도시를 리스본식으로 부른다는 거, 주위 사람들은 알아요?"
 그가 그렇게 물어, "물론, 비밀이죠."라고 대답하고 웃자, "다행이네요. 비밀로 하는 편이 좋겠어요."라며 그도 웃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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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9/25 12:17 2005/09/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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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브래셰어즈 - 청바지 돌려입기


청바지 돌려입기
원제 : The 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

앤 브래셰어즈(Ann Brashares) 지음
공경희 옮김
문학동네


하이틴 성장소설. 어렸을때부터 함께 자라 절친한 사이인 10대 소녀 네명-카르멘, 레나, 브리짓, 티비-의 여름 이야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로 떨어져 보내게 된 여름 방학. 각각의 장소에서 각기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되지만, 돌려가며 입기로 한 '마법의 청바지'가 서로를 이어주며 해결의 길로 이끌어간다.... 는 내용.

평소 성장소설류를 즐겨읽는 편인데다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라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자들끼리의 우정과 사랑, 슬픔, 감동까지. 나름대로 다채로운 요소들을 편수나 에피소드를 나누지않은 채 매끄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었다는 점이 좋더군요.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된 것은 아마 오래 전 일간지 북섹션 속에 들어있던 짤막한 서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몇달 전에 영화의 미국 개봉 이야기를 듣고 다시 찾아서 독서 목록에 올려둔 뒤, 이제 읽게 되었네요. 미국에서는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그 인기 덕분인지 영화화 뿐만 아니라 후속작격인 책이 두 권이나 나왔는데 우리나라엔 첫 편격인 이 책만이 소개된 것 같습니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쉽게 읽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찾으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매우매우 건전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권할 수가 있는 책이네요. '잘 쓰여진 청춘 성장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추리소설이 추리소설 만의 매력포인트가 있듯 성장소설도 성장소설만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성장소설 좋아하시는 분은 아마 분명 마음에 들 책입니다. :)

우리나라에선 영화는 그리 기대를 할 수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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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9/07 23:50 2005/09/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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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las Adams -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Introduction :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 A Guide to the Guide
1.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 우주의 끝에 있는 레스토랑 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
3.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4.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5. 젊은 자포드, 안전하게 처리하다 Young Zaphod Plays It Safe
6. 대체로 무해함 Mostly Harmless

그 유명한 SF 코미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입니다.
전 5권짜리 책이지만 대충 살펴보니 1~3권에서 굵직한 이야기는 끝을 맺고, 4,5권은 외전격인 내용인 듯 싶어 보이는 군요. 아직 3권을 다 읽진 못했지만, 1,2권을 오늘 반납해야하기 때문에 몇글자 적어봅니다.

뭐랄까 정말, 이 책은... '만우절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뒤통수 치는 개그와 패러디로 일관된 책. 정말 SF 코미디의 진수라고 할만 합니다.

역자 소개 페이지 부터 시작해 첫부분에선 정말 엄청나게 웃었습니다. 엉망진창 황당한 전개에다가 거의 모든 분야를 한번씩 꼬집는 듯한 풍자, 그리고 유쾌한 말장난. 2권 중반은 조금 약하게 느꼈지만, 3권 초반 주인공 아서의 선사시대 탈출 이야기에서는 다시 한번 폭소할 수 밖에 없더군요. 내용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봤자 내용누설이 될테지만.. 아니, 그 이전에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너무 엉망진창인 책이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하지 않으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될 듯.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심오하고 철학적인 거대한 농담'이라는 뒷표지의 카피문구에서 '심오하고 철학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전 우주와 모든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우스운 이야기란 것은 맞습니다. ^^; 양키센스라 금방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주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아니면 이해가 필요치 않던가.; 영화 MIB 느낌을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만 저는 어째 마사루가 생각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1권 초반의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속에 등장하는 울론 콜루피드의 블록버스터 철학 삼부작 <신의 실수>, <신이 저지른 실수 몇개 더>, <도대체 이 신이란 작자는 누구인가>와 그의 베스트셀러 <자, 이거면 신은 끝장이다>에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

참,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올 봄에 미국에서 개봉 예정되어 있습니다. 1권 서두의 '안내서를 위한 안내서'에도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째 완성이 늦어졌는지 개봉은 이제서야 하는 모양입니다. 과연 엉망진창한 영화의 묘미를 얼마나 살릴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영화 오피셜 사이트 주소는 http://hitchhikers.movies.go.com/ 입니다. 트레일러도 3개나 나와있네요. 마빈이 참 귀엽습니다.. = =;;

DON'T PANIC!
(겁먹지 마세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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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4/01 15:03 2005/04/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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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 사 - 천안문

책 판형은 작고, 두께도 얇은 편.


날림 감상 그 두번째.

샨 사의 '천안문'은 지지난주쯤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얇고 빨간 하드커버에 천안문이란 타이틀이 끌려서 살펴보았었죠. 배경이 중국이라 당연히 중국 소설이겠거니 싶었는데 알고보니 프랑스로 건너간 중국인 작가가 건너간지 칠년만에 불어로 쓴 소설이더군요. (요즘 이런 '알고보니 아니었다' 식의 패턴이 자주 쓰이는 듯한.. -_-;;)

무엇보다, 분량도 분량-장편소설..이라기엔 아무래도 볼륨이 부족하고, 조금 긴 중편정도 되는 분량-이겠지만 정말 서양쪽 '번역서' 답지 않게 걸리는 문장 하나 없이 쉽게 쉽게 읽을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지막의 역자후기에 나와있는 것처럼, 이건 역자의 공이라기보다는 원래 원작 자체가 잘 쓰여져서 그런 것 같더군요.

'천안문 사태'에서 학생운동을 이끌다가 몸을 피하게 되는 여대생 '아야메'와 도주한 반란주동자 '아야메'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뒤를 쫓는 군인 '자오'.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처음에는 현실적이었던 이야기가 갈수록 몽환적으로 변화해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상당히 난해했는데, '역자후기'에서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_-;

책을 덮고 들었던 생각은 바로 '국어 교과서에 문학 지문으로 들어가면 좋을 듯한 내용'인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음, 여러가지 의미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이 혹시 나와있지는 않은지,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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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3/30 00:34 2005/03/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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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ま、会いにゆきます

나는 이제 곧 이곳에서 없어지겠지만,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러 올 거야.
(그날도 6월의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씩씩하게 잘 해줘야 돼. 유지는 그때쯤이면 초등학교에 다닐 테니까, 학교에 꼭꼭 잘 보내줘. 아침밥도 꼭 먹이고, 뭐 빼먹고 가지 않도록 소지품도 잘 챙겨주고.
할 수 있어?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곧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원작이 되는 소설입니다. 영화 쪽이 예상했던 것 보다 홍보를 강력하게 하는 바람에 최근에는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듯 합니다. 물론, 저처럼 다케우치 유코의 필모그라피나 ORANGE RANGE의 싱글곡 타이업을 쫓아서 좀 미리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이고, nemesis님처럼 이치카와 다쿠지의 원작 팬이셨던 분들도 있겠지만요.

강력한 홍보 덕분인지, 아니면 정말 영화가 좋은건진 잘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아서 접하게 되는 정보들이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보게된 모잡지였던가, 웹진에서 69와 더불어서 이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본적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곳에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순애붐을 따라 나온 것으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럴까-'하고 넘어갔었는데, 원작을 다 읽고 난 지금으로서는.. 글쎄, 별로 수긍이 가질 않는군요. 개인적으로 볼때 영화쪽은 몰라도 원작소설에서는, '세카츄'보다 '이마아이'에 훨씬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것도 한.. 이백만배쯤?;;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
배경의 묘사, 이야기의 흐름, 감정 이입까지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님 말씀처럼 정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문장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짧고 간결하고, 읽기 쉬우면서도 감동적인. '세카츄'와 비교해 이야기 자체의 현실성은 조금 떨어질 지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위화감을 줄 정도로 미화된 이야기도 아닙니다.
본문 중에 언급되는 미하엘 엔데의 소설들에 빠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에 들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구요.
('모모'와 '짐 크노프'가 언급되는 걸 보면, 작가도 아마 미하엘 엔데 팬일런지도 모르겠네요. 왠지 몹시 반가웠습니다.)

조만간, 25일 개봉하는 영화에서는 다케우치 유코씨가 연기하는 미오와, 감독이 '오렌지 데이즈'를 연출한 도이 노부히로씨라는 것이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그렇고, 조금 각색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 과연 원작만큼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런지..!!
이 영화 함께 보실 분 어디 안계십니까~? :)

식물원 맞은편에 있는 꽃집에서 장미 화분을 샀다. 봄꽃은 이미 끝이 났다.
다음에 꽃을 피우는 것은 가을.
유지가 물었다. "이 꽃은 이름이 뭐야?"
"가구야히메*."
미오가 말했다.

"가구야히메?"
"응. 이 아이를 돌봐주는 건 유지에게 부탁할게."
"내가?"
"그래, 올 가을에 꼭 꽃이 필 수 있게 잘 돌봐줘야 해."
"어떤 꽃이 피는데?"
"노란 꽃일 거야. 아주 좋은 향기가 난대."
내가 말했다.
"그럼, 내가 한번 잘 키워볼게."
"부탁한다."
그리고 우리는 장미 화분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가을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벌레소리이기도 하고, 건너오는 바람에 사그락사그락 몸을 흔드는 벼이삭의 속삭임이기도 했다.
가구야히메는 우아한 꽃을 피우고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이거, 엄마야."
유지는 말했다.
"이거 봐, 엄마 냄새."
"그러네."
언제든 그녀는 우리 옆자리에 있었다.

*가구야히메


가구야히메(かぐや姫).
이미지 출처 : http://www5d.biglobe.ne.jp/~ros/ros/r_il/kaguyahime.htm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야지요.
호수 역에서, 분명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나의 멋진 미래를 안고서.
기다려주세요, 멋진 도련님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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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3/19 15:21 2005/03/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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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린책이라 겉표지가..


1913년에 태어나 1996년에 세상을 떠난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세계적인 수학자.
세상에 머물던 83년 동안 평생 수학에만 매달렸던 에어디쉬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없는 것 투성이었는데요, 아내, 아이, 취미, 직장, 집‥ 모두 없었습니다.
늘 남루한 여행용 가방과 오렌지색 플라스틱 가방에 세간을 넣고 온 세상을 떠돌아 다녔죠. 그는 하루에 열 아홉 시간을 숫자와 씨름하며 지냈습니다. 그 결과 485명의 수학자들과 1,475편의 공동 논문을 펴냈습니다.

1970년에는 '수학과 함께한 나의 25억년'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적이 있었는데요, 누군가 그에게 어떻게 25억년이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지구의 나이가 20억년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과학자들은 지구 나이가 45억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 동안 25억년을 지낸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숫자와 함께 살아온 세월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25억년 동안 수학에만 매달려 지내느라 혼자서는 구두끈도 묶지 못했고, 운전도 하지 못했던 남자. 일년에 1500통의 편지를 썼는데 그 대부분이 수학 이야기였던 남자. 그는 자신의 수학에 대한 애정을 유일한 사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그 재능에 대해 무척 겸손했는데요.

"수학적 진리는 오직 하느님의 마음 속에 있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진리를 재발견 할 뿐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정과 겸손, 무소유를 모두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 KBS 1FM '노래의 날개 위에'
2004년 12월 27일 방송분, 1분 에세이(생활의 발견)에서

오늘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지난 기말고사 기간에 읽고 난 뒤 감상 적기를 계속 미루고 있었던 한 책이 떠올랐습니다.

오로지 수학밖에 모르고 숫자를 사랑했던 한 늙은 박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던 책.
바로 이 오가와 요코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었죠.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예순네살의 박사는 진정으로 수학과 숫자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한 때 대학 강단에서 수학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였던 박사는 수학에 관해서는 천재적이지만, 다른 모든 것에는 서투른 사람. 그래서 사람과 이야기 할 때에도 숫자와 수학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삼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다 17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 기억 속의 세계는 17년 전의 그 상태 그대로 멈춰버린 채로, 새로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오로지 수학 밖에 몰라 아내도, 친구도 하나 없었던 박사는 외톨이 상태로 형수님 집의 별채에서 홀로 얹혀살고 있었는데- 바로 그 별채에 주인공이 파출부로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박사와 파출부인 주인공와 그녀의 아들 루트가 만들어 내는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라고 짧게 감상을 남길 수 있겠네요. 어찌보면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수학과 숫자를 소재로 삼아 이렇게 아름답고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작가가 대단합니다. :)

완독을 한 것은 며칠 전이었는데, 오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에어디쉬의 이미지가 왠지 모르게 소설 속 박사의 이미지와 겹쳐지더군요. 그래서 구글과 네이버 등지에서 에어디쉬(처음엔 에어디슈라고 들어서 조금 고생했지만..;)를 찾아서 이런저런 일화를 살펴보고 나니, 아무래도 소설 속 '박사'의 모티브는 폴 에어디쉬에서 따온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수학 이외의 생활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는 점이라던가 , 만나자 마자 숫자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 등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고, 라디오에서도 소개한 '수학적 진리는 오직 하느님의 마음 속에 있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진리를 재발견 할 뿐이다.' 란 말도 '수학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고, 조물주의 수첩을 훔쳐보는 것이다'라는 소설속 박사의 말과 겹쳐지더군요.

또 군소리가 길어졌지만, 어쨋거나 이 책도 추천입니다.
발매된 직후 일본 서적 신간에서 발견한 뒤 인터넷으로 알아봤더니 서평에 나쁜 말이 하나도 없이 호평 일색이었고, 수학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라 기억해 두고 빌린 책인데.. 정말 괜찮네요.

사진에서는 좀 낡아보이지만 일본에서도 최근 발매된 책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7월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랍니다.


에어디쉬(Paul Erdos) 관련 링크
http://211.184.234.1/~mihomat/math8/mathw/people/airdish.htm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1id=13&dir_id=1302&docid=13927
http://mersenne.fatp.org/

"자, 됐어요."

220 : 1+2+4+5+10+11+20+22+44+55+110 = 284
220 = 142+71+4+2+1 : 284

"정답이야. 자 보라구, 이 멋진 일련의 수를 말이야.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바로 우애수야. 쉬 존재하지 않는 쌍이지. 페르마도 데카르트도 겨우 한 쌍씩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신의 주선으로 맺어진 숫자지. 아름답지 않은가? 자네 생일과 내 손목시계에 새겨진 숫자가 이렇게 멋진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니."

나는 그저 하염없이 광고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하늘에서 빛나는 별을 엮어 별자리를 그리듯, 박사가 쓴 숫자와 내가 쓴 숫자가 하나의 거침없는 흐름이 되어 돌고 도는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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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12/27 23:55 2004/12/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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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커버라 제목은 안보이지만;

윽, 읽은 것은 지난 주인데 결국 지금에서야 감상을 적게 되는군요.
바쁘진 않았지만, 뭔가 내내 글을 쓸 의욕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_-;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유명해진 카타야마 쿄이치의 국내 출간된 새 책으로,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을 비롯한 세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는 중단편 모음집입니다.
역시 읽기 편안한 문체에 각 이야기들이 딱 읽기 좋은 분량이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오가는 동안 한번 이동에 한편씩 읽어서 후다닥 읽을 수 있었군요. (마음만 잡으면 하루안에 금방 다 읽을 수 있었겠지만, 일부러 하루에 한편씩만 보는 것도 나름대로 책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간단하게 말하자면, 적어도 저에게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보다 이쪽이 더 낫더군요. 전체적인 분위기라던가, 단편(엄밀히 말해 중편이나 장편이라고 해야겠지만)의 깔끔함이라던가. 뭐 결국 개인적인 기호의 차이가 되겠습니다만.. -_-;

이 작가, 카타야마 쿄이치가 즐겨사용하는 소재는 '사랑과 죽음' 인 모양입니다.
'세중사'도 그러했고, 이 책에서도 마지막 '9월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해서는'을 제외하면 모두 사랑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더군요. 이번 '만약...'에서 가장 마음에 든 이야기는 '새는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였는데 이건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사랑'과 '죽음' 중에서 보다 죽음에 중점을 두고 쓰여진 글이었습니다. -_-; 뭔가 간질환자의 병상 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한 부분이 재미있었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흡사 반전과도 같은 마무리가 인상적이었군요. 읽으면서 굉장히 마음에 들어버렸습니다. '세중사'를 읽고 난 뒤 별로라고 결론지었던 생각을 상당히 전환시켰을 정도로.

그 외에 영화 '세중사'와 비슷한 느낌이 났던 '만약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과 내 아이가 장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인 '9월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방법'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잔잔한 단편 읽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에 들어하실 듯도 하군요~:)


"인간에게 최악의 식사란, 쇼트닝이 들어간 빵에 마가린을 발라서 먹는 것이죠."

...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밥을 먹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마 모르겠지. 그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특별할 것 없는 한때가, 정말로 소중한 것을 포함하고 있어. 강렬하게 바라면서도 이뤄지지 못했던, 너무나 소중한 것을 품고 있지. 그런 걸, 그는 모를거야."

- '새는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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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1 23:11 2004/11/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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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 - 먹이(PREY)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란 무서운 법.


빌린 건 지난 주 였다지만, 제대로 잡고 읽기 시작한 것은 어젯 밤부터였는데 어느새 후다닥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속도를 내서 읽은 것은 정말 간만입니다. 맨날 밍숭맹숭한 일본 소설만 접하다 이런 SF스릴러를 읽으니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전혀 다르더군요. ;;

나노 공학과 분산처리 프로그래밍, 그리고 생물 공학이 결합된 결과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경우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앙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신기술이 결국 암울한 결과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내포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런쪽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좀 괴로웠습니다. 너무 암울한 미래는 싫습니다. orz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양자 역학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초장부터 좌절해버렸던 '타임라인'과 비교해보면;;) 읽으면서 '쥬라기 공원'과 '잃어버린 세계'를 재미있게 읽었던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군요. :)

아, 2권 초반에 나오는 포식자-피식자(Predprey) 나노스웜 공격 대처법-
잽싸게 '이열종대!'를 외치고 6명 이상씩 짝을 지어 행동해라! .. 는 좀 많이 웃겼습니다;;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지만, 정말 저럴 수 밖에 없으면 꼴불견이 따로 없겠더군요. -_-;;



'그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이 말이 언젠가 인류의 묘비명이 될까 봐 두렵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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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00:45 2004/10/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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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 동경만경

오늘 교보문고에서 찾아낸 하드커버의 원서는
국내 번역판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었다.(당연한가;)


흠흠, 요시다 슈이치의 본격(..) 연애소설이라니 과연 어떨까? 하고 열어봤더니 역시 평범한 연애소설은 아니더군요. 아니, 사실 평범한 연애소설이란 어떤 건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만. ;; 여태껏 요시다 슈이치의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주인공들이 나오더군요. 그래도 이번엔 나름대로 해피엔딩인듯한 냄새를 풍기는 결말이라.. :)

읽는 도중 무엇보다 재미있던 것은 바로 소설 속의 연재소설 '동경만경'의 존재였습니다. 주인공 료스케를 주인공으로 따온 연애소설이 책속에 등장하고, 료스케의 심정을 그 자신보다도 더 잘 표현하고 있는 그 소설을 여주인공 미오가 읽으면서 무뚝뚝하고 말이없는 료스케에 대해 알게 되는.. 그런 전개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이번에도 끝까지 멈추지 않고 몰입해서 읽었군요. 요시다 슈이치는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똑같이 술술 잘 읽히지만 마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그 어떤 것.

'퍼레이드' 만큼은 아니지만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 드라마도 봐야할지..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뭐랄까,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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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1 22:28 2004/10/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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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슈운지 - 월리스의 인어

이와이 슈운지 - 월리스의 인어


집에서 지하철타고 무려 1시간쯤 걸리는 거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까지 가서 본 책은, <러브레터> <스왈로테일> <4월 이야기>등의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장편 소설, 월리스의 인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추천도서!

이와이 슈운지라는 이름만 보고 느껴지는 그런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소설이었습니다. 분명 특유의 그 감성이 느껴지긴 하지만, 내용의 전개는 SF미스터리를 연상시키는 방식이어서 여태껏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 또 감독이라는 직업 때문인지 상황을 한장면 한장면 그려내는 듯한 묘사에 뛰어납니다. 덕분에 몰입도가 대단해서, 점심도 거르고 한번에 다 읽었을 정도였군요.

색다르게 접근한 인어의 정체..도 그렇고, 이곳저곳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도 흥미롭습니다. 시간이 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애니메이션 '청의 6호'가 생각나더군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했던 한수영씨의 '공허의 1/4'를 읽기 시작했는데 꽤 큰 스케일의 소설을 읽고 난 후라 그런지 머리가 복잡해져서 영 진도가 안나더군요. 장편은 도저히 다 읽을 엄두가 안나서, 이럴 땐 역시 단편이야란 생각으로 같은 책에 수록된 단편 '개와 늑대들의 시간'을 읽었습니다. 이쪽도 괜찮았습니다 뭐랄까, 확실한 전업작가의 작품답다..라는 그런 느낌. 시간내서 '공허의 1/4'도 다 읽어야겠군요.
아마 다음주 쯤에 다시 도서관에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출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시립 도서관에도..


원래 인상깊은 부분을 복사해둔 뒤 감상에 인용할 생각이었는데,
개방시간이 끝나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못하고 그냥 나왔군요. orz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렛츠룩(월리스의 인어 프롤로그를 볼 수 있습니다.)
http://www.aladdin.co.kr/shop/book/wletslook.aspx?ISBN=8990739020#letsLook
yes24 - 월리스의 인어
http://www.yes24.com/Goods/FTGoodsView.aspx?goodsNo=389765&CategoryNumber=0010010170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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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3 00:58 2004/08/1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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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 4teen

이제서야... orz


이 책을 산 것은 정확히 6월 14일이고, 완독한 것은 대략 2주전쯤의 일인데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감상을 올리게 되는군요.

방학때 보기 위해 방학 직전 사놨던 책이었지만 노느라 바빠서 참 오랫동안 읽었습니다. 사실 책 자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채 경품 이벤트와 30% 적립금 이벤트에 넘어가서 구입한 책이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아무리 경품이나 적립금이 있다 하여도 관심이 없는 책을 덜컥 사진 않았겠죠.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나오키 상', '이시다 이라', '양억관' 이 세가지 키워드에 있었습니다.
일단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고, 이시다 이라씨는 드라마로 유명한 IWGP의 원작가라고 하는 설명이 있더군요. 역자가 평소에 괜찮게 보고 있었던 '양억관'씨였던 것도 나름대로의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흠, 잡담은 접어두고 일단 해두고 싶은 평은 '잘 쓰여진 성장소설'이라는 것.
나이가 14세로 맞춰져있긴 하지만 일본 나이 기준이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중3정도 되겠군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기 직전의 나이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와타야 리사의 '인스톨'에서 고3에 해당하는 18세(17세였던가;)에 초점을 맞춘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둘 다 뭔가 보기에 따라 어중간한 나이. 그래서 더 특별하게 보이나 봅니다.
생각해보니 드라마 오렌지데이즈에서도, 졸업을 앞둔 대학 4년생을 사회인과 학생의 중간격이라고 좀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는는데 그 역시 비슷한 케이스겠군요;
성장소설에선 잘써먹는 소재일지도..

'도시의 아이들'을 그려낸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도쿄 도심의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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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13:41 2004/08/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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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름이 떡하고 보이니 좀 민망하다;


예전부터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철도원'이나 '장미도둑'으로 유명합니다만, 전 왠지 저 '철도원'같은 제목이 취향이 아니다라는 엄청난 이유로 -_-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안녕 내 소중한 사람'이 처음으로 읽는 아사다 지로의 소설.

결국 다 읽고 난 지금은... '철도원'이나 '장미도둑'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완전 패배인가) orz.

음 요즘의 일본의 유행이 그런건지, 어쩌다 보니 그런 책들만 읽은건진 모르겠습니다만..(아마 후자겠지만;;)
'사랑+죽음' ... -_- 뭐 대충 이런 화제의 책들만 연달아서 읽게 되는군요.
얼마 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읽었을 때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다고 했었는데.. 이 '안녕 내 소중한 사람'에서도 죽음의 비중은 매우 큽니다.
주인공이 죽는 것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그럼 약간의 네타가 있을 수 있는 자세한 감상으로..



라이센스 번역판의 제목은 '안녕 내 소중한 사람' 이지만,
원제는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椿山課長の七日間)'입니다.
으음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원제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인상적이었던 부분


'잘들어요, 쓰바키 씨. 이 세상에 100가지 사랑이 있다고 했을 때, 그중에 아흔아홉 가지는 가짜예요. 그것들은 모두 자신을 위한 사랑이니까요. 난 그 100가지 중에 하나밖에 없는 진짜 사랑을 했어요.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랑이에요.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필요 없어요. 돈도, 자존심도,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조차도 필요 없어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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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8 00:12 2004/06/0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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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하드커버. 그리고 비싸다.

지난 16일 교보문고 강남점에 놀러(?)갔을 때, Izarde군이 문화상품권!으로 선사해준 책입니다.

"교보문고 같이 가면 책 한권 사줄께!"

라는 말에 주로 가는 일본소설 코너에서 선뜻 골라버린 책인데..

충동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몇일 전 학교에서 집으로가는 지하철안에서 어께넘어로 우연히 동아일보 신문기사를 봤던 것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원인 제공을 해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빵가게 재습격에도 관심이 갔지만, 얼마 전 읽었던 '연애소설'의 영향 때문인지 사랑이야기에 눈이 더 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 신문기사 중의 시바사키 코우의 이야기가 나왔던걸 기억하고 그냥 덥썩.
집어들고 계산을 부탁했습니다.(....)
이때 lzarde군은 함께 갔던 C양과 함께 꽤 많은 분량을 책을 샀고, 그 책들은 전부 유일했던 본인의 멤버쉽 카드로 적립!! Izarde군, 여러모로 Thanks! \(´∇`)ノ

그리하여..
공짜(!)로 책한권을 GET!
학교다니는 틈틈히 읽다가, 어젯밤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누나가 교토에서 사온 L'Arc~en~Ciel의 오르골 음반을 틀어놓고 슥슥…

결국 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난 뒤 글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에 시바사키 코우가 출연!..
갑자기 속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orz.

어쨋든 '세상의...'는 일본에서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켯고, 'GO'의 유키사다 이사오감독이 영화 역시 이번달 8일에 개봉해 큰 흥행을 한 것 같습니다.(아직도 개봉중인듯?;)
혹, 국내개봉을 하거나 정발 DVD가 나오면 일단 찾아볼 생각입니다. 스토리 설정도 원작과는 약간 다른 것 같고..
(최근 나온 히라이 켄의 싱글 '瞳をとじて'가, 이 영화의 주제가로 쓰인 모양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겨울연가' PD분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고 영화로 리메이크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그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제작은 싸이더스 HQ..)


사족이지만, 이 소설의 제목을 맨처음 봤을때 떠올랐던 것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TV판 마지막화 제목.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친 야수' 였습니다.
(..그러고보니 저 제목도 무슨 SF소설에서 따왔던 것 같은데;)

영화 『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 극장예고편



관련 링크
영화 『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공식 사이트 :
http://aiosakebu.yahoo.co.jp/

"실현된 것이라면 인간은 금방 잊어버리지.
그런데 실현되지 않은 것은 언제까지고 소중하게 가슴속에서 키워간다. 꿈이라든가 동경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모두 그래. 인생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실현되지 않은 것이 있다해도 아무 가치 없이 남겨지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으로서 사실은 이미 실현되어 있는 거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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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05/21 22:12 2004/05/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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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 연애소설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지난번 포스트- 플라이, 대디, 플라이23쪽 다섯번째 문장에서 언급한적 있었던
가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

결국 다 읽었습니다.
(해야 할 시험공부는 안하고.... orz.)

뭐랄까,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 모음집임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읽었던 가네시로 카즈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같군요.

'연애소설', '영원의 환(環)', '꽃'. 이 3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각의 단편들은 '레볼루션 No.3'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처럼
주인공들은 다르지만 공간적인 배경과 설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병원이라던가, 주인공이 법대생 출신이라는 것. 그리고 모 교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데 있어서
가장 보편적인 소재는 바로 '연애'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엔 술술 잘 읽다가 마지막의 '꽃'까지 와선 좀 많이 감동, 눈물이 날뻔 했군요.

'꽃'도 참 좋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를 꼽으라면 '연애소설'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연애소설 자세한 감상(네타 주의;)



작가가 3개의 단편을 통해서 한결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들은 읽고 난뒤의 느낌이 알수 없는 우울함이라던가 가슴이 시린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말그대로 '훈훈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이 단편집의 원제는 '대화편対話篇' 인데,
(후지사키 류의 만화 사쿠라 테츠 대화편이 생각나는.. -_-;)
3가지 이야기 모두 '과거의 사랑'을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붙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읽고 있던 중 생각났던 음악이 두 곡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난뒤에 생각해도, 정말 이 두 곡은 소설과 딱 어울리는 듯한 가사를 갖고 있는 것 같군요.

그 두 곡은,
ELLEGARDEN의 '花' 와,
그리고 BUMP OF CHICKEN의 'とっておきの唄'.


결국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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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04/29 02:51 2004/04/29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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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션 No.3와 비슷한 느낌의 표지. 다음작품 '연애소설'의 표지 역시 비슷한 느낌입니다.
도서제공(?) : 단국대학교 퇴계기념 중앙도서관



가네시로 카즈키 - 플라이, 대디, 플라이


대략의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재일 교포출신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장편소설.

전부터 읽고 싶어하던 책이었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눈에 띄길래
학생증이 생긴 기념으로 대출해서 집으로 갖고가서 하룻밤만에 다 읽었습니다.
(그게 지난주 수요일이었으니까, 읽은지 꽤 된 시점에서 쓰는 감상문이군요.;)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은 평소에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의 소설은 특유의 개그 코믹스를 보는 듯한 유쾌함이 잘 살아있어서
언제나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히거든요.

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공간적 배경, 등장 인물 등이 전작 '레볼루션 No.3'과의 연계성을 가진 부분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전작인 '레볼루션 No.3'(라이센스판은 레벌루션 No.3)를 매우 재밌게 읽었던 터라 '더 좀비스'의 이야기가 나올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읽었습니다 :)
전작을 읽은 지가 좀 오래되놔서 기억하고 있는 이름이 박순신밖에 없었지만요. -_-;;

뭔가 레볼루션 No.3 보다는 이야기의 다채로움이 떨어지지만,
한가지 이야기에 집중을 하다보니 보다 주제성이 부각되는 듯 합니다.
(그래도 역시 가볍게 보고 그냥 넘기기도 쉬운 소설이긴 합니다만;;
죽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지막 부분에서의 임팩트는 레볼루션 No.3보다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군요.)

어쨋든 이 소설 역시 추천 대상입니다.

개그와 시리어스가 적당히 섞인 학원 코믹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특히 강추해드리고 싶네요!

다만,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경우는 전작<레볼루션 No.3>를 먼저 읽으신 뒤에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새로운 재미가 더해지실겁니다. :)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은
평소 일본소설에 관심이 있었지만
아쿠타가와 상 시리즈(;;)책들의 무거움이라던가, 알수없는 난해함이
(예를들어,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이라던가..)
부담으로 다가오셨던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극히 낮습니다. -_-;;;

그렇다고 너무 재미 위주로만 치우친 글들은 아닙니다.
그다지 깊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읽고나서 생각할만한 여지는 남겨두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전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서점에서 살때에,
가네시로 카즈키의 따끈따끈한 최신작 '연애소설'을 발견하고 상당히 고민하다가
결국 미모의 와세다 대학생의 손을 들어주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만(...)
이번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읽고 나니, 역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자금난이 상당히 심각한지라 덜커덕 구입할 수 있을것 같지 않아서
(정말 대학생 답지 않게도.. 책 한권 살 돈이 없습니다. ㅠ_ㅠ
술도 안마시는데..라며 중얼중얼.)
최근에 정말 대학생활(..)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학교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날 신청을 했는데,
어제(월요일) 확인해보니 어느새 심사가 끝나고 주문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_+
기대중입니다. 하루빨리 들어오길..!;;

아, 카즈키씨의 작품들은 어쩌다보니 전부 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만..
기회가 되면 GO를 비롯해서, 한번에 슥! 구매할 작정입니다.

역시 책은 사서 읽는 것이죠!

(마무리가 -_-;;;)



지렛대만 있다면, 지구라도 움직여 보일수 있다.
- 아르키메데스

날개를 펼치고 빛이 비치는 곳으로
-사쿠라이 와쥬

책의 첫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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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04/13 23:54 2004/04/1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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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귀여니 소설을 연상시키는 표지
하지만 표지의 삽화는 원판과 동일.


와타야 리사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모처 방명록에서, 이번에 아쿠타가와상 뉴스를 접하게 되면서였습니다. 19세 여성 작가. 신세대의 감성(;;)을 표현했다는 그런 말을 듣자마자 우리나라의 '귀여니'가 떠오르더군요. -_-;
게다가 만약 '귀여니 같은 작품'이라면 어떻게 소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받을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호시탐탐 노리던 차에..
지난주 서현문고(분당 최대 서점)에 들렀을때 결국 충동구매 했습니다.; 덕분에 안그래도 궁핍했던 지난주의 자금난은 파탄에 이르렀었군요. -_-; 장편치곤 짧은 분량(총 160p에 판형도 작습니다;)에 하드커버, 8,500원이라니.. 게다가 하드커버 양장본인 주제에 제본상태가 튼튼하지 못한건 지금도 좀 불만입니다.

그렇게 사놓은게 바로 지난주 월요일.
거침없이 술술 읽히는 그런 문체라 별 어려움없이 하루만에 다 읽어 버리고,
지난 금요일 와타야 리사의 전작인 '인스톨'까지 다 읽고 난뒤 감상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쪽은 내용을 좀 포함할 수 있는 감상입니다.


처음 이 책을 다 읽고 난뒤 든 생각은
"요시다 슈이치의 '파크 라이프'보다는 훨씬 약한데.. 어째서?"
였습니다.
책의 뒷편에 와타야 리사의 묘사력에 대해서 칭찬되어있는 부분을 보면서..
파크 라이프와 열대어에서 느낀 요시다 슈이치의 묘사실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인스톨'을 읽고, 또 다시 한번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읽으면서
와타야 리사의 묘사란 것은 요시다 슈이치의 그것과는 종류가 다른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기교적인 측면에선 당연히 요시다 슈이치가 월등하지만 와타야 리사는 솔직함과 실제 경험을 바탕에둔 작품의 소재와 묘사로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최근 아쿠타가와 상이 좀 인기와 대중을 의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긴 했습니다만, 일단 이 '발로...등짝'이 귀여니류의 인터넷 연애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감상을 쓰려고 이것 저것 자료를 뒤지던 도중,
일본의 인터넷 서점 bk1( http://www.bk1.co.jp/ )에 작가 자신이 직접 코멘트를 남긴 것을 발견하고 소개해봅니다.

작가의 코멘트 보기



와타야 리사 - 인스톨.
장소 제공 : 단국대 서울캠퍼스 퇴계기념 중앙도서관



인스톨의 경우도
역시 성장소설이라는 점에선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과 동일합니다.

한 수험생 소녀가 일탈을 겪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버린 것도 아닌데 이미 아이들만의 꿈을 잃어버린 나이.
성인이 되어가는 길목에 서있는 고3학생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소재가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보다는 좀 자극적이긴 합니다. -_-;
그래서 인상이 더 강렬하게 다가올수도 있겠네요.

서평이 섹스채팅 쪽에 주목한건지 무라카미 류와 비교하거나 혹은 여류작가라는 이유로 요시모토 바나나(이 사람의 책은 읽어본게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와 비교하는 방향으로 쓰여진게 많은 것 같아서 조금 유감입니다.

이 책에서도 와타야 리사의 강점은 그대로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세대의 관점에서 최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둘 다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 것 같기도 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분량도 작고 쉽게 읽히며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소재를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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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03/22 20:15 2004/03/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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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 열대어



요시다 슈이치의 열대어(원제는 열목어;).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로 팬이 되버린 후..
다음에 열대어가 나온다는 이야길 접하고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차에, 드디어 구입!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나갔는데도 이틀여만에 다 읽어버렸네요.


이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의 강점은, 바로 '묘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대어'에서 보여주는 색색의 대비..
'파크 라이프'에서의 히비야 공원에 대한 묘사..

히비야 공원에서 감았던 눈을 뜨면 아찔하게 펼쳐지는 빌딩숲.
하얀색 대야 속에서 가득 담긴 물빛을 파랗게 물들이는 파란색 일회용 라이터들.

이런 묘사가 아무한테나 나오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 일회용 라이터는..



장편 '퍼레이드'에서는 특별히 묘사에 대해 느끼진 못했는데,
단편인 '열대어'와 '파크 라이프'에서는 아주 잘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퍼레이드'의 가장 큰 특징인 '각기 사람 시점에서 보여지는 같은 사건' 같은 것도
이러한 튼튼한 묘사의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열대어'에 들어있는 단편들,
'파크 라이프' 속의 단편들.
그리고 장편 '퍼레이드'.

이 작품들 모두에서 뭔가 공통적인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해야될까요.

끝없이 이어지는 평범한 일상.
겉으론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속으로는 외로움을 타는 주인공들.

그리고 열대어의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우리가 보내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은 정말 깨어지기 쉽다는 것.

그런 느낌..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입니다.
카네시로 카즈키의 소설 같이 술술 읽히는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번 '해변의 카프카'의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읽다가 탁탁 걸리는 것 없이-
그냥 읽는 것 자체를 즐길만 하다고 해야될까요.

그러고보니 전 묘사에 약한 것 같습니다.
'세월의 돌'도 그 묘사가 참 마음에 들어서 좋아했던것 같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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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4/03/21 17:16 2004/03/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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