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 7월 24일 거리

간만에 좋았던..


저는 전작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국내에 출간된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다 읽어보았고, 그중에 '파크라이프'를 제외하곤 전부 구입하게 되었네요. 그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책으로는 '일요일들'과 '워터'가 있겠는데.. 감상은 커녕 샀다는글도 올리지 못했군요.

그러다, 몇일 전에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7월 24일 거리'가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언제나처럼 교보문고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곧바로 구입. '워터'보다는 양호하지만 장편치곤 약간 얇은 편인데, 부족한 볼륨을 예쁜 장정으로 커버하려고 한건지 겉/속커버의 재질과 디자인이 조금 독특하게 나왔네요. 뭐, 비싼가격은 어쩔 수 없을테니 장정이라도 이쁜 편이 낫겠지요.

이번 책은, 그러니까 '연애소설'입니다.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색'이 어울릴 듯한 인기없는 한 아가씨의 시점에서 시작되어, 새롭게 사랑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마무리되는 이야기. 여기서 특기할만한 점은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중에서 여자가 화자였던 경우는 아마 없었던 것 같은데,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고 있더군요. 저는 여자가 아니니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전까지 남자가 화자였던 경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기는 하더군요. 저도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편이라서 그런지 남녀를 떠나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구요. :)

초반부에 머릿속으로 일본 한 지방의 작은 마을에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의 지명을 붙여서 생각하는 주인공도 흥미로웠고, 절정부분에서 10개의 각 장(章)에 붙여진 이름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선 요시다 슈이치만의 독특한 구성력에 감탄했습니다.

사실 '워터'에 들어있는 '최후의 아들' 같은 경우는 읽고나면 약간 부담이 가는 스타일인데.. '7월 24일 거리'는 그런 것 없이 편하게, 부담없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간만에 읽고나서 기분좋은 상태가 한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ps. 본문 중에 소개되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포르투갈의 바다'란 책은 국내엔 소개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7월 24일 거리네요."
 "응?"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돌린다.
 "그 거리를 난, 그렇게 불러요."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웃었다.
 "7월 24일?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나, 이 도시를 리스본하고 겹쳐놓고 혼자서 놀아요."
 "리스본?"
 "네, 리스본. 페소아가 살았던 도시."
 "그럼 이 아래 길은?"
 "여기는 폰테스 페레이라 데 메로 대로."
 "폰테…… 발음이 안되네, 혀가 꼬인다."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 이름을 반복한다.
 "저 말이죠, 그렇게 이 도시를 리스본식으로 부른다는 거, 주위 사람들은 알아요?"
 그가 그렇게 물어, "물론, 비밀이죠."라고 대답하고 웃자, "다행이네요. 비밀로 하는 편이 좋겠어요."라며 그도 웃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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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5/09/25 12:17 2005/09/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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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월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Tracked from cutebabo의 세상맛보기 2006/11/20 18:02 Delete

    7월24일의거리 "마지막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이라고 메구미가 말했다. 그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뭐?" 하고 되물었다. "난 어떤 일에 대해서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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