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아도,

...

 사람들은 소통에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각종 채널을 만들어서 서로에게 닿으려고 했기도 했겠지만, 이제 다양화된 채널이 소통의 필요성이나 욕구를 증대시킨다. 그만큼 의사소통의 실패에 의한 좌절감도 늘어간다. 국제 전화가 비싸다는 생각이나 인터넷으로 TV를 볼 수 없다고 믿던 시절에는 전화를 매일 걸면 연결되지 않는 시점도 있다는 것이나 TV 스트리밍이 제대로 안 될 때 치솟는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길이 있으니까 다니지, 없으면 돌아가거나 가지 않는 게 보통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길에 다시 담을 쌓아 못 다니게 하면? 선량한 사람이라도 좌절하고 화를 내게 된다.

 휴대 전화가 없었을 때는 울리지 않는 전화가 사회적 인간관계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없는 것을 가지고 생각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은 울리지 않는 전화가 외롭다.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견우와 직녀를 더 괴롭게 하려면 터지지 않는 휴대폰을 주고 '지금은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라는 얄미운 여자 목소리만 계속 듣게 하면 된다. 블로그가 없을 때는 쓰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긴 후로는 쓰게 된다. 사람들이 내 글에 반응할 수 있는 채널이 없었을 때는 반응이 없다고 구구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채널이 있는데도 소통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집에 돌아갈 때 하늘의 샛별을 보고 쓸쓸하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일이다. 이제는 지구반대쪽에 있어도 배타고 한 달 반 가야 만날 수 있고, 편지 보내면 한 달 넘어 답장받는 시절도 아닌데도 외로움이 줄지 않았다니.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휴대폰이 있고,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켜면 메신저가 있고, 집에 가면 전화가 있는데도. 채널이 많아지면 그 채널을 통해 이어지는 관계만큼 닿을 수 없는 관계도 실감하게 되고, 좀 더 가까워진다고 해도 더욱 가까워지지 않음을 슬퍼하게 된다. 용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길이 있는데도 가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닿지 않을까봐 길을 만들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계속 계속 닿을 수 있는 길을 만든다. 그렇다고 해도 외로움이 줄지 않음은 필연, 방법이 늘어난다고 해도 완전한 연결이 없듯이 계속 좌절하는 통화가 나오는 것이다. 좌절하는 블로그, 좌절하는 편지. 좌절하는 문자. 통하기 위해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갔다가 돌아나오면서 좌절하는 게 사람. 그래도 또 언젠가 같은 길이든 다른 길이든 돌아가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만드는 의사소통의 채널은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신도시의 거리가 아니라, 아리아드네의 실로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와 같은 건지도. 그러니 길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나갈 수 있는 길만큼 잃어버리는 길도 많은 게 아닌가.


-  milkwood '채널의 확대와 좌절된 통화' (마지막부분 발췌)


 '나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진 만큼 잃어버리는 길도 많다'는 것을 직시하는 것, 그것 자체가 이 다스리기 힘든 외로움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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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7/08/30 02:34 2007/08/3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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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배려란...

당신은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배려라는 이름으로 가지는 관음증적인 관심이나 요구를 버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거나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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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달크로즈

2007/03/18 12:05 2007/03/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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